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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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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를 개소하며(박준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1-06
조회 45960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를 개소하며
 
박준혁 센터장(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

보통, 세상의 일들이 예측보다 조금씩 늦춰지게 마련인데, 가끔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행정구역의 인구수와 치매환자 수를 고려할 때, 제주도의 광역치매센터 설립 순위는 뒤쪽으로 밀려서 내년 2016년에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덜컥 올 5월 14일에 2015년 광역치매센터 설립지역 두 곳 중 한곳으로 제주도가 선정되었다. 그 순간 미국 내쉬빌 밴더빌트 대학교 방문교수로서 유유자적한 나의 삶은 끝났고, 나의 삶의 시계는 한국의 센터에 맞춰지기 시작하였다.

전화상으로 먼저 센터 준비를 위해 현직의 다른 광역치매센터장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대부분 센터장님들이 사무국장과 팀원의 인력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치매분야에서 같이 일 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생각만큼 연락이 쉽게 되지는 않았고, 연락이 되더라도 이미 자신의 자리를 잡고 활발히 활동 중이라서 갑자기 광역치매센터로 옮기기 힘들었다. 센터장으로서 광역치매센터 준비를 위해 원래 일정보다 4개월 이른 8월 말에 귀국하였고, 바로 9월초에 제주도 광역치매센터 직원을 뽑는 면접을 시행했다. 많은 능력이 있는 분들이 지원을 해주셨으나 치매 분야에 대한 경력을 갖는 분들은 많지 않았고, 특히 사무국장으로 적당한 분은 찾을 수가 없어, 첫 면접은 적잖게 실망스러웠다. 첫 면접에서 뽑은 팀원 두 사람 중에 그나마 한 사람은 근무기간이 맞지 않아 같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병원의 한 귀퉁이 정리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팀원 1명과 함께 10월 1일 쓸쓸히 제주도 광역치매센터의 개소를 맞이하였다. 그 날 따라 비는 주룩주룩 내렸고, 도청의 주무관은 이러한 준비상황을 보고 심히 걱정스러워 하였다. 다행스럽게 그 이후 2번의 면접을 통해서 능력 있는 사무국장과 성실한 3명의 팀원을 다 뽑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팀원은 구성을 했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무슨 일을 시작해야 할지 초보 센터장으로 여전히 막막하였다. 물론 팀원을 뽑을 때 무슨 팀으로 배정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수준에서 일을 분담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결국 다시 한번 내가 썼던 사업계획서,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운영지침을 꼼꼼히 살피면서 일을 분담하였고, 몇 번의 조정작업을 통해서 업무분장을 완성하였다. 첫 한달 간은 거의 매일 아침에 회의가 있었고, 저녁에 퇴근하기 전 다시 한번 점검회의를 하였다. 출퇴근길에도 온통 광역치매센터의 일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찼고, 나의 모든 일의 우선순위가 광역치매센터였다. 센터직원들도 규정보다 많게 1주에 이틀 이상 근무한다면서 애정 어린 불만을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이는 모두 초보 센터장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센터 개소 후 한달 정도 지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각 팀원이 업무파악도 어느 정도 끝나고 방향성에 정해지자 구체적인 수준에서 고민을 시작하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이었다. 나의 업무도 점점 구체적인 세세한 내용을 점검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조정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팀원들이 내년 사업에 대한 계획을 스스로 제안하였고, 스스로 공부하기를 원해서 시간을 정해서 정규적으로 공부도 시작하였다. 팀원들 스스로도 그런 자신들의 모습에 자신감이 생기고 책임감이 깊어지는 느끼는 것 같다. 약간 쑥스럽지만, 스스로 제주광역치매센터를 제주도를 치매로부터 지키는 어벤져스 비유하기도 했다, 마음만은.

개소한지 3달 동안에 우리센터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이 생길 것 같아 기대된다. 이미 센터장의 의욕을 앞서버린 센터직원들과 같이 일을 하는 것은 약간 괴롭지만 한편으로 행복하다. 내년에도 우리 제주광역치매센터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고 많은 격려 부탁 드린다.  분명히 창의적인 치매 사업과 훌륭한 성과로 여러분을 만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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